01계약서 단계에서 이미 정해지는 절반
원장님들이 홈페이지 제작을 맡기면서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홈페이지 다 만들고 나서 검색 노출 작업은 따로 맡기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완성된 홈페이지에 제목 태그를 손보고 글을 채워 넣는 정도라면 나중에 해도 문제없다. 그런데 주소 구조와 진료과목 페이지를 몇 개로 나눌지, 원고는 누가 책임지고 쓸지는 디자인 시안이 나오기 전에 이미 결정돼 있어야 한다.
홈페이지 검색 노출은 완성 후 추가로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제작 계약서에 페이지 구조와 원고 책임자를 적는 단계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된다.
이 세 가지, 그러니까 주소 구조와 진료과목 페이지 분리, 원고 책임자를 계약서에 적지 않고 디자인부터 확정하면 완성 후에 대행사를 따로 불러도 손댈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좁다.
이유는 단순하다. 디자인이 끝난 화면 안에 이미 주소와 페이지 개수가 고정돼 있어서 그걸 바꾸려면 화면을 다시 짜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02디자인보다 먼저 정하는 주소 구조
홈페이지 주소, 그러니까 도메인 뒤에 붙는 글자들을 주소 구조라고 부른다. 병원 홈페이지 주소 끝에 슬래시와 함께 임플란트라는 글자가 붙는지, 물음표와 숫자로 된 코드가 붙는지의 차이다.
디자인팀은 화면 레이아웃을 먼저 잡고 개발팀이 그 화면에 주소를 나중에 붙이는 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순서가 뒤바뀌면 진료과목마다 고유한 주소를 갖지 못하고 물음표 뒤에 숫자만 바뀌는 형태의 주소가 만들어진다.
검색 엔진은 주소 하나에 내용 하나를 연결해서 기억하기 때문에 진료과목마다 고유한 주소가 없으면 어떤 페이지를 보여줘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다.
예전에 쓴 병원 홈페이지가 구글에 안 나올 때 순서대로 확인할 것에서 색인 문제의 상당수가 이 주소 구조에서 시작된다고 적은 적이 있다. 완성한 다음에 주소를 통째로 바꾸면 그동안 쌓인 색인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그래서 주소 구조는 디자이너가 첫 시안을 그리기 전, 그러니까 계약 초반에 병원과 대행사가 함께 정해야 하는 항목이다. 디자인이 다 나온 다음에 논의하면 이미 늦다.
주소 구조를 정할 때는 병원 안에서만 쓰는 진료과목 이름 대신 환자가 실제로 검색창에 입력하는 표현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낫다. 병원 안 용어와 환자 검색어가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03진료과목 페이지를 나누는 기준
임플란트, 라미네이트, 스케일링을 한 페이지에 다 몰아넣고 사진만 갈아 끼우는 홈페이지가 적지 않다. 보기에는 깔끔해도 검색 결과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임플란트를 검색한 사람과 스케일링을 검색한 사람은 알고 싶은 내용이 다르다. 한 페이지에 두 내용이 섞여 있으면 검색 엔진 입장에서 그 페이지를 어느 검색어에 연결해야 할지 애매해진다.
진료과목마다 별도 주소와 별도 원고를 가진 페이지로 나눠야 그 페이지가 해당 검색어와 짝지어진다.
페이지를 나누는 개수는 병원마다 다르다. 진료과목이 대여섯 개뿐인 개원 초기 병원과 스무 개가 넘는 병원이 같은 기준을 따를 이유는 없다.
다만 페이지를 나누는 것과 디자인 틀을 통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병원 브랜드 디자인, 로고 말고 무엇을 통일해야 하나에서 짚었듯이 진료과목 페이지가 늘어날수록 제목 크기와 버튼 위치 같은 기준이 따로 없으면 페이지마다 만든 사람 손을 탄 흔적이 남는다.
구조를 나누는 결정과 디자인을 통일하는 결정이 같은 회의 안에서 함께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진료과목이 병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서 그 페이지만 화려하게 만들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것도 흔한 실수다. 검색 엔진은 페이지 하나하나를 따로 평가하기 때문에 비중이 작은 진료과목이라도 페이지 자체는 비슷한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
04모바일 화면에서 전화로 이어지는 동선
강남·서울권 병원 홈페이지 방문자의 절대다수는 모바일로 들어온다. 이 방문자가 전화를 걸기까지 화면을 몇 번 넘기고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야 하는지가 동선이다.
전화 버튼이 화면 맨 아래에만 있거나 메뉴를 두 번 열어야 나오면 그 사이에 방문자는 전화를 걸지 않고 다른 병원 홈페이지로 넘어간다.
전화 버튼 위치와 전화번호 표기는 진료과목 페이지마다 같아야 하고 그 번호는 구글 비즈니스 프로필에 등록한 번호와도 일치해야 한다.
번호가 페이지마다 다르거나 홈페이지 번호와 지도에 뜨는 번호가 다르면 검색 엔진은 어느 쪽이 진짜 병원 번호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구글 비즈니스 프로필, 병원은 어떻게 등록하고 운영하나에서 다룬 등록 정보와 홈페이지 정보를 맞추는 일이 이 동선 설계에 포함된다.
동선은 디자인 단계에서 버튼 색이나 크기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번호 표기 방식, 페이지별 배치, 외부에 등록한 정보와의 일치까지 한 세트로 봐야 한다.
전화 연결 동선을 점검할 때는 원장님이 직접 병원 밖에서, 그러니까 진료실이 아닌 곳에서 자기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사무실 와이파이와 데스크톱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제 환자가 보는 화면은 다르다.
05원고 책임자를 계약서에 적어야 하는 이유
디자인 계약서에는 페이지 수와 시안 횟수, 수정 횟수는 적혀 있어도 원고를 누가 쓰는지는 안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는 화면 배치를 만드는 사람이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 결과 진료과목 페이지마다 몇 문장 안 되는 소개글이 들어가고 나머지는 사진과 아이콘으로 채워진다. 페이지는 만들어졌는데 검색 엔진이 읽을 내용은 비어 있는 상태가 된다.
원고를 누가 쓰고 언제까지 병원 쪽에서 검토하는지를 계약서에 적어두지 않으면 디자인은 끝나도 페이지 내용은 비어 있는 상태로 오픈일을 맞는다.
원장님이 직접 쓰기 어려우면 상담실장이 초안을 잡거나 대행사 쪽에서 먼저 쓰고 원장님이 검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이 역할과 순서가 계약서 어딘가에 문장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재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원고가 비어 있는 채로 오픈한 홈페이지는 방문자 수도 검색 노출도 잴 대상이 없어서 대행사가 나중에 무엇을 고쳐야 할지도 알기 어렵다.
원고 책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디자인 일정과 원고 일정이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가다가 오픈 직전에 부딪힌다. 그 부딪히는 지점에서 급하게 채운 원고가 이후 몇 년간 그대로 남는 경우를 자주 본다.
06이미 구조가 잡힌 병원이라면
여기까지 읽고 우리 병원은 몇 년 전에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었고 주소 구조와 페이지 구성이 안정적으로 잡혀 있다고 생각하는 원장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페이지 구조가 안정적으로 잡혀 있고 콘텐츠만 교체하면 되는 리뉴얼 병원이라면 계약 단계부터 구조를 다시 논의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주소 구조를 다시 짜는 것보다 기존 구조 안에서 비어 있는 진료과목 페이지를 채우거나 전화 동선만 점검하는 쪽이 더 맞다. 판단은 지금 있는 홈페이지 구조를 먼저 들여다본 다음에 정해야 한다.
구조를 다시 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이미 안정된 홈페이지에 또 들일 이유는 없다. 다만 그 판단도 지금 홈페이지의 주소 구조와 진료과목 페이지 상태를 실제로 확인한 다음에 내리는 것이 맞다.
